Vital Signs Men's Wealth
나이 들어서도 품위를 지키려면 최소한 두 가지는 미리 준비해야 한다. 몸의 품격을 지켜주는 ‘헬스Health’와 마음의 품위를 지켜주는 ‘웰스Wealth’. 아무리 권상우 몸매라도 중형 세단을 유지하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분위기 잡을 수 있는 정도의 경제적 능력이 안 된다면 빛만 탐스러운 ‘개살구’가 아니겠는가.
우리 모두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퇴직하기 전 적어도 10억 원 정도의 돈을 모으는 것일 거다. 한국 남자 기대 수명처럼 80세까지 산다고 치고, 55세부터 25년 동안 매달 350만 원가량 생활비를 타려면 이 정도는 은행에 넣어둬야 한다. 그런데 여러분은 지금 어떻게 노후 대비를 하고 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으로는 펀드 없이는 노후 대비가 힘들다’는 것이다. 5년, 10년 우리 경제의 큰 흐름을 따져보면 왜 그런지 이해가 될 것이다. 지금 당장 주가 떨어지고, 펀드 수익률 떨어진다고 너무 속상해하지는 말지어다.
첫째, 저축만으로는 힘들어진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노후자금 마련에는 공식이 있었다. 직장생활하면서 은행 고금리 상품으로 종자돈 모으고, 이 돈을 밑천으로 아파트나 땅을 사서 돈을 불리는 것이었다. IMF 직후만 해도 금리가 20%까지 육박하지 않았는가. 나이가 들면 부동산으로 불린 돈을 다시 고금리 상품에 넣어 관리하거나, 아니면 그냥 임대 수입 받아가면서 생활을 하면 됐던 거다. 자식들한테는 아파트나 상가 하나 물려주면 성공한 것 아니었나. 그러나 이런 공식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우선 이 공식의 첫 번째 고리인 ‘고금리’ 조건이 깨졌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고령화 현상이 저低성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원래 한 나라의 경제성장은 노동 투입과 자본 투입, 생산성 등 세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저출산으로 젊은 사람들이 감소하면 노동 투입이 줄어든다. 벌어놓은 것을 까먹으면서 사는 중ㆍ장년들이 많아지면 저축률도 떨어져 자본 투입에 사용할 재원도 감소한다. 또 일하는 사람 중에서도 나이 든 사람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생산성도 추락한다. 그래서 ‘고령화시대=저성장시대’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저성장시대에는 금리가 높아질 수가 없다. 기업은 돈 빌려 사업을 확장하려 하지 않고, 개인들도 빚을 늘려 소비할 수도 없어진다. 돈 쓰려는 사람들이 부족해지면서 돈의 값(금리)은 떨어진다. 그래서 저축상품에 노후 대비의 승부를 거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금리가 연 4~5%라 해도 물가가 연 3% 오르면 손에 떨어지는 실질금리는 1~2%밖에 안 된다.
둘째, 부동산에 승부를 걸기도 어려워진다
고전적 노후대비 공식의 두 번째 연결고리는 부동산 불패 신화이다. 그 어떤 자산도 따라올 수 없는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주택도 상품이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가격이 내릴 것이고,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가격이 오른다.
그런데 저출산과 고령화가 진전되면 주택 수요가 크게 늘어나기 어렵다. 젊은 층이 늘어나야 결혼에 따른 주택 수요도 늘어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자녀 수가 줄면서 앞으로 결혼할 세대는 양가에서 주택을 물려받아 집이 두 채가 될 가능성도 높다. 한 채는 팔려고 내놓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다. 또 장년층이 늘어나면서 도심에 위치한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외곽으로 빠져나가려는 경향도 강해질 것이다. 물론 교육 여건이 워낙 좋고 인프라도 탁월한 지역은 오히려 가격이 오를 수 있다. 강남의 일부 지역은 이미 명품이 됐다. 명품은 시대가 바뀌어도 싸구려로 전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면 부동산 가격은 안정될 것이다. 재산 증식의 핵심 수단으로서 부동산의 위상은 일부 명품을 제외하면 서서히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명품을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사람 외에는 부동산에 승부수를 던지는 것도 위험하다는 것이다.
셋째, 주식도 직접 투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는 절약과 저축이 미덕이었다면 앞으로는 ‘투자’가 미덕이다. 증권으로 차곡차곡 저축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저성장시대라 해도 성장은 성장이다.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지, 성장률이 떨어지는 경기침체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실적 좋은 우량기업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다만 직접 투자는 피하는 게 좋다. 있는 돈마저 까먹을 가능성이 높다. 주식 투자한다고 시간 뺏기고 신경 쓰는 것보다, 자산운용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차라리 일에 몰두하고 몸 만드는 게 돈 버는 길이다. 어차피 주가가 떨어지면 제아무리 뛰어난 펀드매니저도 수익 내기가 어렵다고? 길게 보면 그렇지 않다. 5년, 10년 장기간을 놓고 보면 개인이 직접 샀다 팔았다 하는 것보다 적립식 펀드 등에 꾸준히 저축하는 수익률이 훨씬 낫다.
당신에게 맞는 펀드는 따로 있다
어느 운용사의 어떤 펀드가 좋다고 꼭 찍어 얘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만, 그 어떤 전문가도 자신 있게 펀드를 추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차라리 종목을 찍으라면 댈 수 있지만, 펀드는 이렇게 할 수도 없다. 대략의 판단 기준만 제공할 수 있을 뿐이다. 우선 신문에 난 펀드 운용사별 수익률만 보고 펀드를 골라서는 안 된다. 작년 한 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곳이 ‘Y에셋’이다. 그런데 이 운용사는 펀드의 대부분을 중소형 주식에 투자했다. 작년과 같이 주가가 바짝 오르는 급등기에는 중소형 주가 힘을 받을지 몰라도, 그런 현상이 길게 계속될 수는 없다. 대신 규모도 크고 오랫동안 운용된 펀드를 많이 가진 운용사를 선택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 그만큼 은행이나 증권사와 같은 펀드 판매회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증거다. 요즘 판매사들은 수익률이 높다고 고객들에게 무조건 추천하지는 않는다. 3년 전 사장이 계속 사장으로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좋다. 성과가 나쁘지 않고, 조직이 안정됐다는 얘기이므로. 펀드 수익률이 최고라고 해서 그 펀드에 뒤늦게 돈을 담가서도 안 된다. 수익률이 초기에 반짝하다가 떨어져도 누적 수익률은 최고일 수 있는 것이다. 수익률 욕심에 너무 특이한 펀드를 고르려고도 하지 말 것. 좋은 펀드 고르기는 전문가도 쉽지 않다. 이것저것 골치 아프면 투자금의 50~70% 정도를 대형 우량주에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에 넣는 것이 상책이다. 어차피 재테크도 확률 게임이다. 어쩌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런 것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장기적인 관점으로 느긋하게 투자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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