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대구탕,순대국밥

피터킴^ 2005. 11. 18. 17:47
 

 

 

 

 

 

 

대기 번호 14번이었습니다. 무려 20분을 기다려야했는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해운대 미포 한국콘도 옆에 있는 ‘속 씨원한 대구탕집’입니다.

그냥 ‘시원한’ 대구탕이 아니라 이 집 상호 그대로 ‘씨원한’ 대구탕입니다.



우선 커다란 스텐 그릇에 푸짐하게 담겨 나오는 대구탕은 국물이 일미입니다.

오늘 제 블로그에 올리려고 맛을 천천히 음미해봤는데, 국물에서 홍합의 시원한 맛이 났습니다.

홍합으로 다시국물을 낸 다음, 대구를 넣어 끓여낸 것이 분명한 듯 합니다.

대구는 생대구는 아닌데 냉동이라도 신기하게도 살코기가 쫀뜩한 것이 아주 먹을 만합니다.



국물이 맵습니다. 테이블 여기저기서 기침 소리가 나는데 이는 매운 맛 탓입니다.

이 맛있는 매운 맛이 숙취를 시원하게 해소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 집 반찬도 맛깔스러운데 구운 김과 간장이 눈길을 끕니다.

이 메뉴는 날마다 나오는 것인데 고슬고슬한 밥(맛있는 집의 공통 원칙, 밥이 맛있다!)을 구운 김에 싸서 그 위에 김치를 얹은 다음 돌돌 말아 간장에 쿡 찍어 입에 넣은 다음 대구탕 국물을 떠먹으면 일품입니다.



깍두기도 맛있습니다. 깍두기 국물을 유심히 보니까, 담글 때 젓갈과 함께 아마 대구 창란젓을 함께 쓴 것 같았습니다. 한 그릇 6,000원.



식당 입구 벽에는 연예인들의 싸인이 가득합니다.

이승철 김민종 강제규 이창동 박신양 윤다훈 차태현 김상중 서문탁 김영임 이상해 김태우 이용식 공효진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아마 부산에 공연 행사 왔다가 저녁에 먹은 술로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이 집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오후 1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대기자들이 입구에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오늘 왜 이리 손님이 많은 걸까요? 혹, 요즘 검찰총장 사임건 때문에 부글거리는 속을 진정시키느라 어젯밤 민초들이 초에 빠져 새벽까지 허우적거려 그런 걸까요? 이 참지 못할 술 권하는 사회!




*TIP, 대구 이야기



대구 하면 진해만 가덕도에서 나는 대구가 유명합니다.

그동안 씨가 말랐던 대구는 지난해 9만 마리가 잡힐 정도로 어획량이 늘었습니다.

지난 20년간 정부가 인공수정란을 방류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합니다.



보통 자연 상태에서 대구 1마리가 낳은 알은 평균 200만개이나 부화율은 0.1%도 안된다고 합니다.

(이 잔혹한 적자생존!)



대구는 왜 진해만에서만 많이 잡힐까요?

진해만의 겨울철 수온은 5~9도로 대구알 부화에 적당하기 때문입니다.

연어처럼 대구도 모천 회귀본능이 있어서 태어난 곳에 알을 낳으러 옵니다.



진해만에서 부화한 대구 새끼는 동해에서 2~3년 성장한 후 여름에 사할린, 오호CM크해, 캄차카반도, 북태평양 베링해를 여행하고 겨울철에 산란 위해 진해만에 오는 것입니다.

3년 만에 60센티 정도 성장해 진해만에 오는 것입니다.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우리 인간들이 그 신비한 대장정을 어찌 짐작이나 하겠습니까?)



이 60센티 이상 되는 큰 놈은 한 마리 8만원을 호가할 정도입니다.

동해나 서해에서도 대구는 잡히는데 진해만으로 오던 대구가 동해에 죽치고 사는 경우(동해에서 잡히는 것은 25~35센티), 회유하다 냉수대에 갇혀 토종화한 서해 대구는 50센티 이상 자리지 않아 왜대구라고 합니다.

이 진해만 대구는 왜 미식가들의 입맛을 당길까요?

베링해까지 회유했다가 산란하기 직전 잡히기 때문입니다.

(대구의 입장에서는 비극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베링해에서 동해를 거쳐 헤엄쳐 오니까 운동량이 충분해 육질이 단단하니 살이 얼마나 쫀득하겠습니까? 산란 직전 잡히니까 알과 정소(이리 : 생대구탕을 먹다보면 아주 연한 두부형태의 내장이 있는데 알기쉽게 말하면 숫대구의 정액입니다. 크크.)에도 영양분이 최대한 비축되어 있는 거지요.(좀 잔인하다 그죠?)



대구탕의 국물 맛이 시원한 것은 아미노산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두육미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을 정도로 대구는 볼때기 살이 맛있는 것도 특징이지요.

얼마나 맛있으면 대구 뽈찜이라는 단독 메뉴가 등장 했겠습니까?



그런데 요새 대구를 두고 두 지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답니다.

가덕도와 진해 용원어민들은 가덕대구, 거제 어민들은 거제대구라고 주장합니다.

거제시는 대구를 관광 상품화, 시를 상징하는 고기로 선정하고 선포식까지 개최했을 정도입니다.







순대돼지국밥



 

 

 

돼지국밥이라고?

어떻게 돼지로 국을 끓여먹지?

이런 때가 제게 있었지요.

어릴 때 제가 살던 촌동네에는 소고기국은 먹어도 돼지국밥은 안먹던

동네였답니다.

20여년전 부산에 와서 처음 돼지국밥을 접했답니다.

그래도 기름진 국물, 특유의 냄새, 특히 제 개인적인 채식위주의 식습관 등으로

한동안 돼지국밥을 썩 좋아하지 못했답니다.

그런데 왠지 제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 돼지국밥 매니아들이 많았답니다.

그래서 졸졸 따라가 먹다보니 매니아들이 부산 어느 돼지국밥집을 즐겨찾는지

대충 알게됐지요. 그리고 점점 그 오묘한 맛에 길들여져버렸지요.

부민동 신창돼지국밥, 조방앞, 용호동, 신시가지 등등. 그런데

돼지국밥 일미로 꼽히는 그 집들은 기름기를 제거한 담백한 맛이 공통적인 맛이었지요.



서설이 길었는데 오늘 소개하는 이층순대돼지국밥집도 그렇답니다.

사직동 동래서점 옆 갤러리안경점 옆 건물 2층에 있는데요.

아주 괜찮습니다. 집 근처에 이런 20년 고집의 맛집이 있었다니!

한 그릇 4,500원. 배추김치 부추김치 양파 마늘 파 된장 등이 달려나오는데

이런 주변 반찬 맛도 깔끔하답니다. 그냥 흰밥에 얹어먹어도 손색없을 정도.

20년 전통의 맛집답게 서빙하시는 아주머니들의 마음도 따뜻하고

자세도 자부심 있어 보이고, 시설도 깨끗한 편이죠.

이 집 돼지국밥은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국물이 탁한 타입이며

살코기, 내장, 순대 등이 들었고 매운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의 입을 즐겁게 해줄 것 같네요.

서민들이 가벼운 주머니로도 속을 든든하게 채울 수 있는 고마운 음식, 돼지 국밥.

'맛있는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전어, 과연 가을의 진미인가?  (0) 2006.09.21
두메산골,선지국  (0) 2005.11.18
동치미막국수  (0) 2005.11.18
참붕어찜  (0) 2005.11.18
송어횟집-운두령  (0) 2005.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