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개정안 강행처리 파문이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급기야 차디찬 겨울 거리로 뛰쳐나갔다. ‘사학법 무효화’에 모든 것을 다 건 듯한 비장한 각오다. 한나라당이 사학법 처리와 관련해 강력 반발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모든 일에는 법과 질서를 지켜 수행해야 할 절차가 있다는 점에서, 지난 9일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통과된 사학법은 절차상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이번 사학법 개정안 강행처리가 만사 제쳐놓고 거리로 뛰쳐나갈 일인가는 생각해 봐야 한다. 절차상 문제는 국회 내 문제이다. 물론 국회의 일이 국민의 일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으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국회 안에서 해결해야 할 일임이 분명하다. 근거 없는 색깔론 ‘이제 그만’ 그렇다면 국회를 벗어나 거리로 나온 이유를 다른 데에서 찾아야 하는데, 법안의 내용에서 합당한 이유를 찾기가 쉽지가 않다. 박근혜 대표는 지난 9일 사학법 개정안 강행처리 이후 ‘국민께 드리는 글’을 통해 “노무현정부와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사학법을 거부한 것은 목적과 의도가 다른 데 있기 때문”이라며 “그들의 목적은 사학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반미▪친북의 이념을 주입시키려는 것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대표는 이 법안에 대해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우리 체제를 뒤흔드는 법안”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러나 사학법 어느 부분이 반미▪친북 이념을 주입시키고 있고, 어느 부분이 우리 체제를 뒤흔드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고 있지 않다. 전형적인 ‘색깔론’으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제 우리 정치권도 무턱대고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논리의 뒷받침도 해줄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나. 언제까지 ‘아니면 말고’만을 외칠 것인가. 현재의 이사진은 허수아비인가 이러한 비판을 우려해서인지 한나라당도 이념적인 접근보다는 전교조 비판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우리 아이를 전교조에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설득력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이다. 즉 이번 사학법 개정안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개방형이사제’ 도입인데, 이 제도를 통해 전교조가 사학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개방형이사제는 7명의 이사 중 2명을, 학교운영위에서 추천한 4명의 인사 중에서 선정하는 것이다. 학교운영위는 학부모와 교사, 지역주민 등으로 구성되는데, 학교운영위에서 교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30~40%에 달한다. 이 중 전교조 교사는 15%에 불과하고, 교총 교사가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산술적으로 전교조 교사가 이사가 될 확률은 높지 않다. 설사 전교조 교사가 개방형이사가 된다고 해도, 무엇이 문제인가. 전교조가 그렇게 두려운 존재인가. 이사 한두 명 전교조 출신이 된다고 해서, 학교가 어떻게 그들 마음대로 돌아간단 말인가. 그 정도로 현재의 사학 이사진은 ‘허수아비’들이라는 말인가. 단 두 명이서 5명의 이사진을 가지고 놀 수 있을 정도로, 그런 무능한 이사들만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말인가. 사학이 사학인가 한나라당이 이번 사학법 개정안을 ‘사악법’이라고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사유재산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이 사적일 수 있는지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설령 그렇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지금 우리 사학이 과연 진정한 사학이냐는 의문이다. 이번 법안이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주장에 앞서, 우리 사학의 사유재산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따져봤어야 한다. 현재 사학의 학교운영에서 재단전입급 비율은 초▪중▪고의 경우, 연간 운영비의 2%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학도 8%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이 학생등록금과 국고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사학에 쏟아 붓는 돈만 연간 5조원이라고 한다. 이게 어찌 말 그대로 ‘사학’(私學)이란 말인가. 국민의 혈세가 이렇게 퍼부어지는 상황에서, 밀실행정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한 ‘개방형이사제 도입’이 뭐가 잘못됐다는 것인가.
솔직해져야 한다 사학법 개정안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사학과 한나라당은 솔직해져야 한다. 정말로 사학법 개정안이 우리 아이의 교육을 망치는 법이라서 반대하는가. 정말로 전교조 출신 이사 두 명이 학교 전체를 흙탕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진정 이번 사학법 개정안이 국가 체제를 흔들 수 있다고 확신하는가. 나날이 영민해지는 우리 아이들이 ‘반미▪친북 교육’에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며 주입될 것이라 믿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 부모가 그 꼴을 가만히 좌시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지금까지 밝혀진 대로 2,077개 사학 중 35개 사학만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슷한 시스템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사학이라면, 비슷한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다분하다. 그동안 우리 사학 이사회는 그렇고 그렇게 구성돼, 그렇게 운영되면서도 누구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았다. 견제가 없다는 것은 독단과 독선, 더 나아가 비리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개방형이사제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방형이사는 이사회를 좌지우지하고자 선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학의 투명한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다. 사학이 진정으로 사학법을 거부하는 이유가 이것이 아닌가. 이제 모든 것을 감시받아야 하는 상황이 짜증나도록 싫은 게 아닌가. 든든한 지지자인 사학의 이러한 짜증에 뭐라도 해야 하는 입장이 한나라당 아닌가. 그래서 거리로 나선 것 아닌가. 이제 솔직해지자. 그리고 진정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만을 생각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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